서울대공원 큰돌고래 '태지' 운명, 우려가 현실로
서울대공원 큰돌고래 '태지' 운명, 우려가 현실로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2.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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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위탁계약 종료 후 소유권 제주퍼시픽랜드로 이관
바다쉼터추진위 "서울시가 책임감 있는 대책 마련하라"
서울대공원 해양관에 홀로 남아 있던 큰돌고래 태지(17세·수컷)가 지난해 6월 20일 오후 제주 퍼시픽랜드로 가기 위해 옮겨지고 있는 모습.
서울대공원 해양관에 홀로 남아 있던 큰돌고래 태지(17세·수컷)가 지난해 6월 20일 오후 제주 퍼시픽랜드로 가기 위해 옮겨지고 있는 모습.

 

지난해 위탁계약을 통해 서울대공원에서 제주퍼시픽랜드로 옮겨간 큰돌고래 태지(18·수컷)의 소유권 이관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이하 바다쉼터추진위)는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제주퍼시픽랜드에서 위탁 사육하고 있는 서울시 소유의 큰돌고래 태지에 대해 서울시가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바다쉼터추진위에는 핫핑크돌핀스, 카라, 케어, 동물자유연대,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이정미 정의당 대표,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태지는 지난 2008년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잡혀 서울대공원으로 온 큰돌고래다. 

이후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함께 지내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금등(25세 추정·수컷)과 대포(24세 추정·수컷)가 지난해 5월 22일 야생방류를 위해 제주로 떠난 뒤 태지는 생태관에 홀로 남겨졌다가 지난 6월 20일 위탁계약을 통해 제주 퍼시픽랜드로 옮겨졌다.

당시에도 바다쉼터추진위는 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사설 돌고래 공연업체인 제주퍼시픽랜드가 2011년 7월에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바다에서 20년간 불법 포획해왔음이 드러났고,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돌고래들이 몰수된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대부분의 돌고래 전시 및 공연장들이 생태설명회로 프로그램을 전환하고 있지만 제주퍼시픽랜드는 여전히 조련사와의 물속 공연, 고난이도의 공중회전 등 오락적인 돌고래 쇼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이에 바다쉼터추진위는 서울시가 위탁기간 연장 등을 통해서라도 태지의 쇼 동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연장 리모델링 공사 소음에 시달리고, 올해 초에는 다른 돌고래들과 함께 쇼에 참여하고 있는 태지의 모습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바다쉼터추진위는 그동안 줄곧 태지가 야생환경과 비슷한 바다쉼터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서울시가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해왔다.

바다쉼터추진위는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 태지에 대해 서울시가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태지가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된다면 지금까지 돌고래 자연방류와 돌고래 쇼장 폐쇄로 쌓은 서울시의 명성이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각국에서 수족관 고래들을 위한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이때 서울시는 이와 같은 흐름에 역행해 태지를 돌고래 쇼장으로 넘긴다면 동물복지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바다쉼터추진위는 돌고래쇼가 반생명적인 것으로 즉각 중단하고, 태지의 처리 문제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은 수족관 사육 벨루가들이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아이슬란드에 2019년 3월 세계 최초의 벨루가 바다쉼터를 개장한다. 

캐나다 역시 최근 국회에서 수족관 돌고래의 사육을 금지시키는 법률을 통과시키고 수족관 사육 고래류를 위한 바다쉼터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미국의 국립 볼티모어수족관 역시 플로리다주에 큰돌고래 전용 바다쉼터를 만들고, 이탈리아 역시 수족관 돌고래들을 자연 환경으로 옮기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바다쉼터추진위는 "서울시가 마지막 돌고래 태지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면서 "먼저 태지의 사육기간을 연장하고, 이후 관계부처와 협력해 바다쉼터 조성 등을 추진한다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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