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고래 폐사… 원인 파악·보호정책은 '사후약방문'
잇따른 고래 폐사… 원인 파악·보호정책은 '사후약방문'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2.26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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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보호종 '상괭이' 제주 해안가서 올 들어 10마리째 사체 나와
핫핑크돌핀스 "전문수의사 확충·현장부검으로 정확한 사인 규명해야"
26일 낮 12시40분쯤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동귀포구 인근 해안가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를 해경에 살펴보고 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26일 낮 12시40분쯤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동귀포구 인근 해안가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를 해경에 살펴보고 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는 26일 최근 멸종위기 보호종인 상괭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는 것과 관련, "현장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날 김병엽 제주대 교수와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수생생물의학실험실에서 함께 진행한 돌고래 부검에 참여했던 핫핑크돌핀스는 "이를 통해 한국 해역에서 고래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도 제주에서 상괭이의 사체들이 추가로 발견됐다.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40분쯤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동귀포구 인근 해안가에서 주민이 돌고래 사체를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발견된 돌고래 사체는 수컷으로 몸길이 160cm의 수컷 상괭이로 파악됐다. 

또 비슷한 시간대인 낮 12시38분쯤에는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 다리 밑 해안가에서 지나가던 행인이 돌고래 사체를 발견해 신고했다. 이 돌고래 역시 수컷 상괭이로, 몸길이는 140cm였다. 불법포획 흔적은 없었으나, 그물에 쌓여있는 채로 발견됐다.

올 들어 제주 해안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만 벌써 10마리째다.

앞서 지난 24일 오후 1시 20분쯤 제주시 한림읍 금릉리 바닷가에서 상괭이 사체 1구가 발견됐다. 

또 지난 9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바닷가에서 몸길이 145cm의 상괭이 사체 2구가, 10일에는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와 구좌읍 해녀박물관 앞 바닷가에서 몸길이가 각각 170cm와 110cm인 상괭이 사체 2구가 발견됐다. 

지난 1월 26일에는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바닷가에서 몸길이가 각각 137㎝와 140㎝의 상괭이 사체 2구가 발견됐고, 같은 날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바닷가에서도 140㎝의 상괭이 사체 1구가 나왔다. 

이처럼 겨울철 제주 해안에서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는 경우가 잦다. 

이에 대해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겨울철에는 해수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상괭이들이 먹이를 따라 제주도 해역으로 이동해 내려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죽은 채 고래가 발견되면 가능하면 그 즉시 부검을 실시해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죽은 고래가 질병에 의해 죽었는지, 단순히 그물에 걸려 질식으로 죽었는지, 군함의 강력한 소나에 의한 내부 청각기관의 손상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죽은 고래가 발견돼도 현장에서 간단한 부검을 진행할 인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해양경찰이 현장에 나가 불법포획 흔적과 외상은 없는지만 살피고 근처 수협의 냉동창고로 보내거나 지방자치단체에 맡겨 소각해버린다.

1년에 한 차례 정도 냉동된 고래 사체들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만 냉동된 사체는 조직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이래서는 제대로 된 고래 보호정책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면서 "이웃나라인 타이완만 하더라도 바닷가에서 고래 사체가 발견되면 현장에서 부검을 실시하고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어 "한국도 해양포유류 전문수의사 인력의 확충을 통해서 고래의 폐사 원인을 규명해 죽어가는 고래 숫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루빨리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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