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름철새 '흑비둘기', 겨울은 일본서 난다
울릉도 여름철새 '흑비둘기', 겨울은 일본서 난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4.0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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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계절적 이동 경로 첫 확인
흑비둘기.(사진=국립생태원 제공)
흑비둘기.(사진 국립생태원 제공)

 

울릉도에서 여름을 나는 멸종위기종 '흑비둘기'의 이동 경로가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은 여름철새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흑비둘기가 일본에서 월동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흑비둘기의 계절적 이동 경로 추적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위치추적기(WT300)가 활용됐다. WT300은 국제 통화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기반 통신 장비다.

흑비둘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한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 단계의 국제적인 보호종이다. 몸길이가 약 40cm로 우리나라 비둘기류 중에서 가장 크다.

울릉도는 국내 흑비둘기 최대 서식지로 번식기인 3~8월에는 500여 개체가 관찰된 뒤 겨울이 오기전 사라진다. 그동안 울릉도 흑비둘기의 월동지역 정보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울릉도에 사는 흑비둘기 1마리에 WT300을 달고 겨울철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흑비둘기 이동경로.(사진=국립생태원 제공)
흑비둘기 이동경로.(사진 국립생태원 제공)

 

추적 결과, 이 흑비둘기는 2017년 9월 20일 울릉도를 출발해 직선거리로 약 278㎞ 떨어진 일본 북서쪽 시마네현 오키노시마 섬에 같은 날 도착했다.

이후 겨울 동안 오키노시마와 니시노시마에서 208일을 보낸 이 흑비둘기는 이듬해인 2018년 4월 16일 니시노시마를 출발해 울릉도에 다시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흑비둘기의 이번 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 논문을 미국에서 발간하는 관련 과학잡지 퍼시픽 사이언스 2019년 4월호에 게재할 예정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흑비둘기 이동경로 추적 연구는 국내 정보통신기술과 생태조사를 융합해 국제적 보호종의 생태를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생물의 생태를 이해하기 위한 첨단 조사방법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흑비둘기 이동 경로 추적에 활용한 WT300은 기존 인공위성 위치추적기 기술(PTT)보다 가격이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무게 27g으로 가벼워 많은 개체 연구와 분야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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