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고래 '태지', 결국 제주퍼시픽랜드에 남는다
큰돌고래 '태지', 결국 제주퍼시픽랜드에 남는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4.16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공원-호반호텔앤리조트, 기증 및 관리 합의서 서명
핫핑크돌핀스 "국가 차원의 해양동물보호센터 건립해야"
큰돌고래 '태지'.(사진 서울대공원 제공)

 

지난 2017년 서울대공원에서 제주로 간 큰돌고래 '태지'(20세 추정·수컷)가 결국 제주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됐다.

서울대공원은 16일 오전 서울대공원 동행라운지에서 ㈜호반호텔앤리조트와 '태지' 기증 및 관리에 관한 합의서 서명식을 진행했다.

서울시 소유였던 태지는 2017년 6월 위탁계약을 통해 서울대공원에서 제주퍼시픽랜드로 옮겨갔다. 당초 위탁 사육 계약기간은 지난해 말까지였다.

서울대공원측은 이날 "태지의 향후 거취문제를 두고 시민단체, 국내외 전문가들과 5차례의 토론회와 현장 방문 등을 진행하고, 해양수산부, 고래연구센터 등 정부와 전문연구기관도 함께 참여해 태지를 위한 최선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논의 결과 태지의 현재 나이와 활동상태, 스트레스 최소화 등을 고려해 현 기관에 남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밝힌 내용이 일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서울시가 지난 몇 달간 태지의 대책 마련을 위해 시민사회단체 및 각계 전문가, 해외 인사들을 초청해 다섯 차례 토론회와 현장 답사를 진행했지만 토론 과정에서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도출된 적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돌고래 바다쉼터 마련 또는 야생방류 등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기 전까지 퍼시픽랜드 수조에서 지내야 하는 태지를 수중공연과 사진찍기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또 서울시가 이날 태지의 제주퍼시픽랜드 잔류 이유 중 하나로 밝힌 '한국의 해양조건상 수온 태풍 수심 등으로 인해 바다쉼터 조성이 어렵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세계적인 해양포유류 전문가이자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인 나오미 로즈 박사가 서울대공원 관계자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난 4월 9일 제주도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 일대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에 대한 현장답사를 진행했다"며 "이날 이뤄진 현장 조사에서 나오미 로즈 박사는 오조리 일대 내수면 지역이 수심이 얕은 단점이 있지만, 준설 등을 통해 수심을 깊게 할 경우 돌고래 바다쉼터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태지의 소유권이 이관된 제주퍼시픽랜드는 사설 돌고래 공연업체다. 때문에 그동안 핫핑크돌핀스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들은 서울시의 소유권 이전을 반대해왔다. 특히 제주퍼시픽랜드는 2011년 7월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바다에서 20년간 불법 포획해온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돌고래들이 몰수되는 등 줄곧 문제가 제기된 곳이다.

또 국내 대부분의 돌고래 전시 및 공연장들이 생태설명회로 프로그램을 전환하고 있지만 제주퍼시픽랜드는 여전히 조련사와의 물속 공연, 고난이도의 공중회전 등 오락적인 돌고래 쇼를 진행하고 있어 동물보호단체 등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에는 태지가 다른 돌고래들과 함께 돌고래 쇼에 동원된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처럼 동물보호단체들이 태지에 대한 대안 마련과 함께 개체의 복지에도 신경을 쓴 이유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다. 태지는 2013년에 성공적으로 고향 제주 바다로 야생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이후 다시 한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돌고래다. 또한 태지에 대한 처우는 현재 국내 수족관 시설에 갇혀 있는 38마리 고래류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태지는 지난 2008년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잡혀 서울대공원으로 왔다. 이후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함께 지내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금등(27세 추정·수컷)과 대포(26세 추정·수컷)가 2017년 5월 22일 야생방류를 위해 제주로 떠난 뒤 태지는 생태관에 홀로 남겨졌다가 이듬해 6월 20일 위탁계약을 통해 제주 퍼시픽랜드로 옮겨졌다.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 복지 선진국이었던 한국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는 해양동물 구조 치료 업무를 사설 수족관에게 맡긴 채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하루빨리 국가 차원의 해양동물보호센터를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어 "서울시가 협약서에서 약속한 것처럼 해양수산부와 함께 사회적 협의체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당부한다"면서 "호반호텔엔리조트는 돌고래를 수조에 가두고 오락거리로 삼는 등 동물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 채 돈벌이와 말초적 오락만을 좇아온 관행을 중단하고,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돌고래 쇼장을 영구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