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탐지견 '메이', 동물실험에 동원 뒤 사망 논란
퇴역 탐지견 '메이', 동물실험에 동원 뒤 사망 논란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4.18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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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이병천 교수 동물실험 진상 규명하고 관련자 처벌하라"
어웨어, '동물실험금지 예외조항 삭제' 정책제안서 농식품부 등에 제출
비글구조네트워크, 21일 검찰에 이병천 교수에 대한 고발장 제출 예정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퇴역하고 서울대학교 수의대 동물실험에 이용된 뒤 폐사한 비글 복제견 '메이'. 동물실험 동원 전 건강한 모습.(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퇴역하고 서울대학교 수의대 동물실험에 이용된 뒤 폐사한 비글 복제견 '메이'. 동물실험 동원 전 건강한 모습.(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퇴역하고 서울대학교 수의대 동물실험에 이용된 비글 복제견 '메이' 모습.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퇴역하고 서울대학교 수의대 동물실험에 이용된 비글 복제견 '메이' 모습.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퇴역한 비글 복제견 '메이'가 동물실험에 이용되고, 이후 폐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탐지견을 동물실험에 활용한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가 17일 성명을 통해 이병천 교수팀의 동물실험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병천 교수팀의 묻지마식 잔혹한 동물실험의 정황이 세상에 드러났다"면서 "지난해 11월 촬영된 '메이'는 한 줌의 살집도 없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으며, 윤기를 잃은 털에, 코피를 흘리고, 다리가 풀린 듯 낮은 턱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생식기 역시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 교수팀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실험을 하겠다며 메이를 포함한 3마리의 비글을 데려간지 8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병천 교수팀이 사역견을 동물실험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1년 9월 국정감사에서 은퇴마약탐지견을 공혈견 및 동물실험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 교수는 자신이 서울대학교부속동물병원장 직무를 수행한 후 관세청으로부터 실험동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동물자유연대는 관세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은퇴 탐지견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부속 동물병원에 양도된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측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관세청으로부터 양도받은 탐지견은 모두 15마리였는데, 6마리는 수의과대학 입양 용도로, 9마리는 동물병원에서 공혈견 용도로 양도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 서울대 동물병원이 입양 처리한 6마리의 입양자 명단을 보면 1마리는 신원불명, 1마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내과 소속 수의테크니션, 3마리는 복제연구와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3명의 교수들, 1마리 입양자는 서울대 수의독성학 교수였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이병천 교수는 동물복제 연구에 주력하는 과학자이며, 서울대 수의과대학부석 동물병원은 ‘세포치료 및 동물복제 클리닉’을 개원할 정도로 동물복제와 관련된 야심찬 계획을 이어나갔으며, 이 교수 역시 탐지견 복제에 연속적인 성과를 이어나갔다"며 "이러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은퇴탐지견을 반려의 목적으로 입양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에 동물실험용으로 이관된 비글 3마리의 가운데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페브'와 '천왕이'.(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에 동물실험용으로 이관된 비글 3마리의 가운데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페브'와 '천왕이'.(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현행 동물보호법은 탐지견 등의 사역견을 동물실험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규정으로 △인수공통전염병 등 질병의 진단·치료 또는 연구를 하는 경우 △방역을 목적으로 실험하는 경우 △해당 동물 또는 동물종의 생태, 습성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위해 실험하는 경우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폐사한 탐지견 '메이'의 경우는 이병천 교수팀이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동물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복제견으로 태어나 인간을 위해 헌신하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고통 속에 죽어간 메이. 그 삶은 해마다 소리 없이 사그러져가는 300만마리에 달하는 실험동물들의 비극과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동물실험윤리위회 설치기관을 지도·감독하고 있는 검역본부에 실험동물로 은퇴사역견을 요구했다는 점과 검역본부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메이 등 탐지견을 실험기관에 넘겼다는 점에서 더욱 경악스럽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동물단체 등 외부위원이 포함된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서울대 수의과대학의 동물실험 내역 공개 △이병천 교수와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의 즉각 사퇴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 및 관련자 엄정 처벌 등을 요구했다.

앞서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15일 복제 탐지견 비글 3마리가 서울대 수의대에서 불법 동물시험에 사용돼 왔다고 주장하며 현재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글 2마리를 구조해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비글구조네트워크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를 위해서 일했던 국가 사역견이 평생 고통으로 살아가야 할 실험실 철창에서 생을 마쳤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제2의 메이가 나오지 않도록 우리 모든 국민이 나서야야 할 때"라고 국민청원에 참여를 독려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오는 22일 검찰에 이병천 교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는 이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농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사역견 동물실험금지 예외조항'(시행규칙 23조) 삭제를 요청하는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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