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보 거듭한 ‘미성년자 해부실습 금지’조항 생명에 대한 방임"
"퇴보 거듭한 ‘미성년자 해부실습 금지’조항 생명에 대한 방임"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7.21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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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카라,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안 강력 비판
"학교 행정편의만 고려한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금지 규정"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세계 실험동물의 날인 24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실습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의 예외 조항 수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사진 카라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세계 실험동물의 날인 24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실습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의 예외 조항 수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사진 카라 제공)

동물의 생명보다 학교 행정편의만 고려한 미성년자 해부실습 금지 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21일 논평을 통해  "2018년 3월 신설되어 2020년 3월 21일부로 시행되고 있는 동물보호법의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금지’ 조항은 아직까지 관련 시행규칙이 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라는 이어 "예외적 허용을 규정하고자 하는 시행규칙(안)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초 입법예고안부터 광범위한 예외적 사항들이 제시돼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을 샀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예외규정마저 교육부는 학교의 행정을 가중한다 지적하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이며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미성년자들의 동물 해부실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실험이 수반하는 생명희생을 최소화하고 대체 방법이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 국내적으로도 생명존중 의식의 신장과 생명윤리 교육적 차원의 고려 속에 만들어졌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19세 미만의 사람에게 체험·교육·시험·연구 등의 목적으로 사체를 포함하여 동물 해부실습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채 주장하는 교육부의 반대에 결국 시행규칙은 끊임없이 교육계의 의견에 따라 계속 퇴보를 거듭하며 수정됐다.

수정을 거듭해서 나온 시행규칙안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는 학교 심의위원회에 수의사가 참여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권고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법제처 심사를 앞둔 마지막 시행규칙 안에 대해 동물권단체들은 광범위한 예외규정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며, 금지조항을 무색하게 만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라는 "최종이 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제시된 시행규칙 안은 여전히 예외 가능조항이 광범위한데다 학교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도 아닌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면 동물 해부실습을 자체 심의할 수 있게 하고 있어 금지 조항으로서 제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현 시행규칙 안에 따르면 동물실험시행기관이 설치한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나 초·중·고등학교나 영재학교에서 구성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의 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실습이 가능하다. 

카라는 이를 두고 "이는 미성년자 해부실습은 금지된 게 아니라 절차가 만들어진 것에 불과함을 여실히 드러내며 금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부실습을 할 수 있을지를 정해주는 기만적인 내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시행규칙안과 별표 항목 ‘심의위원회 운영‘에 따르면 학교 심의위원회는 교원, 교육과정 전문가,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수의사 또는 약사 또는 의사) 등을 각각 위원으로 1인 이상 포함해 총 5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에 대해서 카라는 "심의위원회가 진정한 심의단위로서 기능하기보다 해부실습 승인을 위해 형식적으로 흐르게 될 우려가 큰데 특히 수의사 참여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카라는 동물 해부실습 지도 교원, 해부실습 방식, 사용동물의 종 및 숫자가 같은 경우 심의 결과의 효력은 2년으로 유지, 해부실습을 별도 심의 없이 반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심의 사항에 포함된 학생의 거부권에 대해서도 그저 보기좋은 구색맞추기 조항이 아닐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카라는 "학생들에게 생명윤리 감수성을 일깨우지도 못하고 그저 트라우마를 남기며, 동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면서 "학교의 행정편의를 이유로 금지법 실행을 계속 지체할수록 교육은 명분을 잃고 그간 희생되는 생명에 대한 방임을 낳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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