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안락사 없는 보호소' 실제는 보호비·후원금 편취
겉으론 '안락사 없는 보호소' 실제는 보호비·후원금 편취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3.0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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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사기 및 수의사법 위반 혐의 펫숍 검찰에 고발
펫숍에서 동물 입양시 관련 용품을 끼워 판 것으로 의심되는 대화.(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전국에 여러 지점을 두고 있는 한 대형 펫숍이 파양된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비와 후원금 등을 편취해오다 검찰에 고발됐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7일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표방하며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운 상황의 반려동물(파양견)의 보호비를 받아 챙기고, 동물의 입양시 책임비를 받거나 관련 용품을 끼워 파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겨온 펫숍에 대해 사기죄와 수의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동물자유연대가 펫숍에서 근무했던 직원과 입양 피해자, 자원봉사자들의 증언 등을 검토한 결과, 해당 업체는 △양육포기자들을 상대로 파양 동물에 대한 파양비 편취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표방한 후원금 모집 편취 △자가진료에 따른 수의사법 위반 등이 의심된다. 

해당 펫숍은 동물의 파양(양육포기)을 원하는 보호자로부터 보호·위탁비 명목으로 20~100만원 가량 받고, 파양된 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에게 다시 책임비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책임비는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을 방지하고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받고 있으나, 해당 펫샵은 반려동물의 품종과 나이, 질병의 유무에 따라 책임비를 다르게 책정했다. 실질적으로 판매행위나 다름 없는 것이다.

보호중인 반려동물들을 방치한 혐의도 있다. 전 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시력이 없고 결석이 있는 동물이 혈뇨를 싸도 방치했고, 파양비를 받고 위탁받은 길고양이에 대해 고의로 물과 사료를 주지 않았다. 

또한 수의사 자격이 없는 매니저 등에게 직접 주사할 것을 지시하는 등 수의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펫숍에서 발견된 주사약.(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자가진료가 의심되는 대화.(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자가진료가 의심되는 대화.(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 뿐만이 아니다. 해당 펫숍은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타이틀을 내건 명목상의 임의단체를 설립해 홈페이지와 온라인 카페 등에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호소해왔다. 후원금 등의 금전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을 애견 카페, 애견숍, 애견호텔 등의 청소에 동원해 인건비를 절약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소속 채수지 변호사는 "해당 펫숍 업주는 동물이 다시 입양되거나 사망할 때까지의 위탁·보호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파양자로부터 파양비용을 지급받고 있으나 실제로 이 금원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최근 문제가 된 천안 펫숍과 같이 애초부터 파양된 동물을 돌보지 않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방치하는 경우라면 위탁·보호비용을 요구하여 수령한 것이 형법상 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고, 안락사를 하지 않는 보호소라고 홍보하여 일반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하였으나 실제로는 안락사를 시도한 경우에도 사기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양육포기자로부터 위탁·보호비를 받고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취득해 해당동물을 재판매하는 신종 동물판매의 영업 형태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동물들이 방치되거나 학대에 노출되고, 동물 입양자들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

조희경 대표는 "펫숍의 동물 방치 치사 사건도, 양육포기견을 이용한 영업도 대량 생산, 대량 판매되는 반려동물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면서 "고발을 통해 문제의 펫숍과 같은 신종 동물판매 업주들의 동물학대 및 사기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관련 부처에 생산·판매업 규정과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영업에 대한 실태파악과 제도 정비에 나설 것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안락사 지시가 의심되는 대화.(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안락사 지시가 의심되는 대화.(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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