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이라는 미명 아래 땅에 묻힌 2800만 생명
'예방'이라는 미명 아래 땅에 묻힌 2800만 생명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1.02.16 09: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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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살처분된 가금류…예방적 대상이 전체의 76% 차지
동물자유연대 "살처분 과정에서 살아 있는 닭을 생매장하기도"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 중인 한 농가에서 의식이 남아 있는 닭을 트럭으로 옮기는 모습과 의식을 잃은 닭들 사이에서 의식이 있는 닭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 중인 한 농가에서 의식이 남아 있는 닭을 트럭으로 옮기는 모습과 의식을 잃은 닭들 사이에서 의식이 있는 닭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정부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대책을 두고 보다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감소됨에 따라 앞으로 2주간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발생 농장 반경 3km 이내에서 1km 이내로 축소한다고 15일 발표했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고병원성 AI로 살처분된 가금류의 숫자가 2800만마리에 달한다. 이 중 76%는 AI 발생 농가로부터 3km 이내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됐다. 2100만마리는 AI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희생이 됐다는 의미다.    

2018년 정부의 AI 긴급행동지침 변경 이전에는 AI 발생 농가 500m 이내 지역에 대해서만 의무적 살처분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침 개정 이후 의무적 살처분 범위가 3km로 확장되면서 AI에 감염되지 않은 개체가 대량으로 살처분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현재 AI 긴급행동지침으로 정한 3km 의무적 살처분 범위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AI 음성 판정을 받은 농가의 가금류까지 무자비하게 살처분하는 독소조항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살처분의 범위도 문제이지만 살처분 과정에서도 동물의 복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주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살처분 방식 과정에서 가스를 충분히 흡입하지 못해 의식을 되찾은 개체를 생매장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 중인 한 농가에서 의식이 남아 있는 닭을 트럭으로 옮기는 모습과 의식을 잃은 닭들 사이에서 의식이 있는 닭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살처분 과정에서 의식을 잃지 않은 개체는 즉시 인도적인 방법으로 의식을 소실시키고 죽음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개체를 신속하게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가 이날 새롭게 내놓은 살처분 범위 조정안에 대해서도 한시적 대책에 불과하고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미 수천만 마리의 생명을 '예방'이라는 이름 아래 땅에 묻은 정부의 살처분 정책은 그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보다 과학적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여러 대안을 통해 가축전염병에 대응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각 농가별로 전담 수의사를 두어 일주일 간격으로 가축전염병 발생 여부를 점검하고,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백신을 투여해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자국의 모든 가금류에게 백신을 투여해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고 있다.

김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매년 재발되는 가축전염병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살처분에 실효성이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며 "2800만마리라는 숫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다"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이어 "실제로 살처분 농가에 가보면 죽은 닭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생명을 죽이는 방식으로만 가축전염병에 대응할 것이 아니라 보다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대안을 채택해야한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 중인 한 농가에서 의식이 남아 있는 닭을 트럭으로 옮기는 모습과 의식을 잃은 닭들 사이에서 의식이 있는 닭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 중인 한 농가에서 의식이 남아 있는 닭을 트럭으로 옮기는 모습과 의식을 잃은 닭들 사이에서 의식이 있는 닭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 중인 한 농가에서 의식이 남아 있는 닭을 트럭으로 옮기는 모습과 의식을 잃은 닭들 사이에서 의식이 있는 닭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월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 중인 한 농가에서 의식이 남아 있는 닭을 트럭으로 옮기는 모습과 의식을 잃은 닭들 사이에서 의식이 있는 닭들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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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2021-02-17 21:17:49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정윤 2021-02-16 14:05:47
너무 화가납니다 이넘의 나라는 동물의목숨은 우습게아네요ㅡㅡ 개고양이 이야기할때마다 돼지소닭타령 하는 인간들 뭐하고있냐 ? 민원이라도 동참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