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껍데기에 세겨진 숫자…닭들의 고통이 보인다? 
달걀 껍데기에 세겨진 숫자…닭들의 고통이 보인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1.02.24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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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케이지프리 달걀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결과 발표 
응답자 94% '난각표시제' 들어봤지만 정확한 이해는 6.4%에 그쳐
헷갈리는 사육환경 번호…시민들 포장재표시제 도입 필요성 공감

달걀 껍데기(난각)에 표시된 숫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시민들이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시민들이 닭을 장(Cage)에 가둬 사육하는 밀집·감금 공장식 축산시스템이 아닌 '케이지프리(Cage Free)'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의 소비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에 따르면 '케이지프리 달걀과 산란계 사육환경 표시제에 대한 시민 인식'을 확인하고자 한국갤럽에 의뢰해 최근 1개월 내 달걀 구매 경험이 있는 시민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시민인식조사 결과 달걀 껍데기(난각)에 사육환경 번호를 표시하는 '난각표시제'는 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이 있으며, 시민 94.1%가 해당 정보를 달걀 껍데기뿐 아니라 포장재에도 표시하는 '포장재표시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우선 설문 응답자의 94.0%가 난각표시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난각표시제로 표시되는 정보의 내용을 정확히 아는 시민은 전체 응답자의 6.4%에 그쳤다. 

또한 난각표시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55.1%가 이를 고려해 달걀을 구매해 본 적이 없다고 응답해 인지도와 실제 구매경험에서 차이를 보였다. 

그 이유로는 △표시되는 정보가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하거나(31.8%) △포장재에 가려져 확인이 어려움(25.5%)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달걀 가운데 사육환경 번호 '4'(배터리케이지)의 포장재를 제시하고 연상되는 사육환경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1.8%가 케이지프리(사육환경 번호 '1'과 '2')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포장재 만으로는 사육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김수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달걀 껍데기에 숫자로만 표기되는 난각표시제는 사전 지식이나 소비자의 적극적 노력 없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보다 쉽게 정보를 인지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EU)과 같이 포장재 표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의 경우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달걀 껍데기와 포장재 모두에 사육환경 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또 달걀 껍데기와 포장재에 표시된 번호에 대한 설명을 명시하고 있으며, 포장재 전면에는 '방사 사육(free range)'과 '케이지 사육(caged)' 여부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케이지프리 달걀의 구매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9.3%가 최근 1개월 이내에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표본 및 조사 방식이 다르지만 2018년 농촌진흥청의 ‘동물복지 인증 달걀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동물복지 인증 달걀 구매경험은 20.8%로 조사된 바 있다. 

케이지프리 달걀의 구매 이유로는 △식품 안전성(25.8%) △달걀 품질(24.5%) △신선도 (22.0%) △동물복지 (18.4%) 등이 꼽혔고, 비구매 이유로는 △가격(60.4%)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케이지프리 달걀의 적정 가격은 6589원(일반 달걀의 1.32배), 최대 지불가능 가격은 7532원(일반 달걀의 1.51배)으로 조사됐다.

가격 제시 전 케이지프리 달걀 구입 의향이 64.0%인데 반해 가격을 9000원(일반 달걀 대란 30구 5000원 가정)으로 제시했을 때는 35%로 낮아져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소비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시민인식의 확대로 개인의 케이지프리 달걀 구매 경험은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 전환을 촉진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팀장은 이어 "포장재 표시제 도입과 함께 케이지프리 농가의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케이지프리는 닭을 장(Cage)에 가두지 않고 사육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기업의 케이지프리 선언은 케이지에서 생산된 달걀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300여개의 기업들이 케이지프리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배터리케이지에서 생산된 달걀을 주로 사용한다. 배터리케이지는 대표적인 밀집·감금 공장식 축산시스템으로, 산란계(달걀을 낳는 암탉)는 알을 낳는 기계로 취급받는다. 평생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좁은 사육시설에 갇혀 알만 낳다 죽게 된다. 닭 한 마리의 사육 면적은 0.05㎡로, A4 용지 한 장의 면적(0.06㎡)보다 작다.

동물자유연대는 실질적인 소비와 유통의 변화를 촉구하는 케이지프리(Cage Free)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풀무원(2018년), 스타벅스(2019년) 등의 기업들이 케이지프리 선언에 참여했다.

2021년 케이지프리 인식 조사 인포그래픽.(동물자유연대 제공)
2021년 케이지프리 인식 조사 인포그래픽.(동물자유연대 제공)
해외 포장재 표시제 사례.(동물자유연대 제공)
해외 포장재 표시제 사례.(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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