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구조된 사육곰 22마리, 태평양 건너 새 보금자리로 간다
농장에서 구조된 사육곰 22마리, 태평양 건너 새 보금자리로 간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2.03.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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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2020년 구조한 반달가슴곰들 미국 야생동물 생츄어리로
15일 인천공항에서 화물항공기 2대에 나눠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동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사진 동무자유연대 제공)

10여년 동안 철창에 갇혀 살던 사육곰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아 태평양을 건넌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강원도 동해시에서 구조한 사육곰 22마리가 15일 미국으로 출국한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동물자유연대는 2020년 동해시 사육곰 농장에서 22마리의 반달가슴곰을 구조했다. 사육곰들은 구조 후 미국 야생동물 생츄어리(TWAS, The Wild Animal Sanctuary)로 이주할 예정이었지만 그동안 코로나19로 지연되다 마침내 15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생츄어리는 갈 곳 없는 동물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본래의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운영된다. 

이번에 미국 생츄어리로 이주하는 사육곰들은 2008~2013년생 개체들로서 반달가슴곰의 평균 수명에 비춰보았을 때 대략 10년 이상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물자유연대의 사육곰 구조활동은 2010년대 초반 장기간 사각지대에서 방치되어 있는 사육곰의 보호대책 마련을 위해 시작됐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한 사육곰 중성화사업, 사육곰 보호를 위한 생츄어리 건립 예산 통과 촉구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동시에 사육곰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국내 최초로 22마리 사육곰을 직접 구조했다.

15일 화물항공기 2대를 이용해 미국으로 떠나게 될 22마리의 사육곰은 앞으로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에 위치한 야생동물 생츄어리(TWAS)에서 생활하게 된다.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사진 동무자유연대 제공)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사진 동무자유연대 제공)

TWAS는 2018년 동물자유연대가 어린이대공원 사자 3마리를 이주시켰던 곳이다. 약 1천만 평이 넘는 부지에 위치한 TWAS 시설은 야생과 다를 바 없는 환경에서 사자, 호랑이, 곰 등을 보호함으로써 동물들이 습성과 본능에 따라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번 사육곰 22마리의 생츄어리 이주는 사육곰 종식 선언 이후 진행하는 첫 번째 사례로 남은 사육곰들이 생태적인 삶을 누릴 터전을 국내에 만들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다음 정부에서도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다시는 이런 왜곡된 보신행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시민의식이 더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 사육곰의 비극적 역사가 시작된 것은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1981년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개인이 야생곰을 재수출 용도로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를 적극 권장했다. 이 때부터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곰을 들여와 웅담만 뽑아 재수출하는 가공무역을 시작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영국 BBC를 통해 국내 사육곰 실태가 전 세계에 알려지자 정부는 1985년부터 수출을 금지했다. 1993년부터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가입으로 곰 수입과 수출이 전면 금지됐다.

국제적 동물보호 흐름과 규제로 수출이 힘들어지자 정부는 곰 사육업을 위해 1999년부터 25년 이상 된 곰 도축을 허용했다. 2005년부터는 번식된 곰에 대해 최소 10년 이상으로 도축 기준을 완화했다.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 어릴 때 사고로 팔이 잘린 곰.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 어릴 때 사고로 팔이 잘린 곰.(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여기에 2014년부터 정부는 사육곰 증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수술사업을 시작했지만 일부 곰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전시관람용 곰이 되기도 했다. 

사육곰들은 비위생적인 사육환경과 지속된 상처 때문에 복막염과 악성종양 등 고통에 시달리고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쉼 없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정형행동을 보이거나, 자신의 손과 발을 뜯어먹는 자해행동, 쇠창살을 씹어 이빨이 없어지거나 얼굴을 문질러 털이 다 빠지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6일 민관 합동으로 '2026년 곰 사육 종식'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구례와 서천에 사육곰 보호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농가 및 시민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국내에 남아 있는 사육곰들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로써 40년 간 이어오던 국낸 사육곰 산업은 종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 선천적으로 눈에 장애가 있는 곰.(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 선천적으로 눈에 장애가 있는 곰.(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사진 동무자유연대 제공)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모습.(사진 동무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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