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22마리, '사육곰' 꼬리표 떼고 새 안식처로 떠났다
반달가슴곰 22마리, '사육곰' 꼬리표 떼고 새 안식처로 떠났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2.03.16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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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 미국 LA 공항 도착…TWAS까지 '50시간 대장정' 
동물자유연대 "사육곰 구조 끝이 아닌 시작, 아직 국내에는 300마리 넘게 남아"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해시에서 구조된 사육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두 평 남짓한 뜬장 속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온 반달가슴곰들이 '사육곰'이란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안식처로 떠났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가 2020년 강원도 동해시 사육농장에서 구조한 반달가슴곰 22마리는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시설인 생츄어리로 가기 위해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에 도착했다.

22마리 곰들은 한국시간 15일 오후 화물항공기 2대를 이용해 인천공항을 떠났다. 곰들은 앞으로 육로를 이용해 목적지인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에 야생동물보호단체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로 이동하게 된다. 

곰들의 새로운 안식처가 될 TWAS 생츄어리로 가는 길은 국내에서의 이동 시간까지 합쳐 모두 50시간 이상 소요되는 대장정이다. 

몸무게 80~100㎏의 반달가슴곰 22마리를 구조해 미국 생츄어리로 보내는 구조활동은 국내에서 처음 이루어지는 일인 만큼 민관 협력으로 일구어낸 성과였다. 

구조 이후 지금까지 곰들을 관리하고, 이주가 결정된 뒤에는 마취 후 무사히 크레이트에 옮겨 차량에 싣기까지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모았다. 

국립공원공단과 국립생태원은 마취와 각성 등 곰들의 건강 관련 작업을 맡아 다수의 인력을 차출하고 약품을 기부하는 등 수의학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역시 인력을 파견해 안전한 마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쉴 새 없이 현장을 누볐다. 

환경부와 환경청, 검역본부는 부재한 관련 법과 규정을 보완해 곰들의 이주가 무사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크레이트 안에서 물을 마시는 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크레이트 안에서 물을 마시는 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등 관계 기관이 모두 사육곰 해방의 필요성을 공유하며 발벗고 나선 이번 구호활동은 생명의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발전된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며 "관계 기관을 포함해 곰들의 건강 검진을 맡아준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무엇보다 사육곰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시민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0여 년 간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해 활동해왔다. 민관협의체 참여 및 정부의 책임 촉구를 넘어 시민단체로서 최대 규모인 22마리 사육곰을 구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자유연대가 처음 사육곰 종식 활동에 뛰어들었을 때에만 해도 사육곰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다"며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환경부에 의해 사육곰 산업 종식이 선언되고 시민들의 힘으로 22마리나 되는 사육곰을 구조해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이것이 끝은 아니다. 아직 국내에는 300마리 넘는 사육곰이 남아있다"며 "동물자유연대가 진행한 대규모 구조가 정부의 사육곰 보호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취 후 크레이트 이송을 기다리는 곰들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마취 후 크레이트 이송을 기다리는 곰들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들것을 이용해 크레이트로 이송 중인 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들것을 이용해 크레이트로 이송 중인 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마취 후 크레이트에 들어가 있는 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마취 후 크레이트에 들어가 있는 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어릴 때 사고로 팔이 잘린 사육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어릴 때 사고로 팔이 잘린 사육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선천적으로 눈에 장애가 있는 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선천적으로 눈에 장애가 있는 곰의 모습.(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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