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주인공 ‘괴롭히는’ 축제를 반대합니다”
“축제 주인공 ‘괴롭히는’ 축제를 반대합니다”
  • 조소영 활동가
  • 승인 2018.06.2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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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축제 반대축제', 국내 86개 동물이용축제 실태 발표
‘맨손잡기’, ‘소싸움’ 아닌 생태·교육적 프로그램 도입해야

제1회 동물의 사육제-‘동물축제 반대축제‘(이하 ’동.축.반.축‘)측이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동물들의 지옥으로 전락한 동물축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생명다양성 재단, 아름다운커피, 라온버스, 시셰퍼드코리아 공동주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강양구 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허은주 수의사가 발제 및 토론을 맡았다.

(왼쪽부터)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강양구 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왼쪽부터)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강양구 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천명선 교수는 이날 국내 동물축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천 교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서 열린 86개 축제의 동물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혀 죽게 만들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이 무려 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은 어류가 77%로 가장 많았으며 낙지와 대게 같은 패류, 연체동물이 28%로 뒤를 이었다. 동물축제 중 78.3%가 동물을 직접 ‘먹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낚시, 채집, 경주, 싸움과 같은 활동이 제외되어 동물에 해를 가하지 않는 축제의 비율을 고작 5%에 불과했다.

결국 '동물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동물을 인간의 이익, 욕구 해소, 여가선용, 오락수단으로 여겨 카니발 대상으로 삼아왔음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천 교수는 “생태라는 이름을 걸고 벌어지는 행사에서 인간이 동물과 맺는 관계가 너무나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제주도에서 열린 도새기(새끼돼지의 제주도 방언) 축제의 경우 한 쪽에서는 도새기 달리기 대회가, 다른 한 쪽에서는 돼지고기 시식회가 열리는 등 동물을 내걸지만 결국 철저히 인간 위주의 축제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동.축.반.축’은 △지속 불가능한 모델 △반교육&반생태적 △비인도적 △황금만능주의 등을 이유로 동물축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속 불가능한 모델의 예로 '쭈꾸미 축제'를 꼽았다. 쭈꾸미의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른 산란기인 3~5월에 맞추어 축제가 열리는데 관광객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알을 밴 개체나 번식 직전의 개체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 그 결과 쭈꾸미의 개체수는 1998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축제를 지속한다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수 많은 종이 급감하거나 멸종하는 것을 지켜볼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산하 사무국장은 "축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접촉이 동물들이 원치 않는 교감"이라며 "인간에게는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지 몰라도 동물들이 원치 않는 인간 위주의 접촉은 동물에게 공포로 작용할 뿐"이라는 말했다.

강양구 콘텐츠본부장은 함평 나비축제의 사례를 통해 동물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축제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만들어지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기대감이 ‘순진한 발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함평군은 나비가 타 지역에 비해 많이 서식하지 않는 지역으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축제 주최측이 애벌레를 구입·부화시켜 두 달만에 나비 10만 마리를 생산해 함평군에 풀어 놓았다. 나비축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함평군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함평군의 인구는 나비 축제 이후로도 계속 감소추세다. 또한 일년 중 단 10일 가량만 열리는 축제에서 지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소싸움 경기에 들어가기 전 대기하는 계류장에서 소는 코뚜레에 밧줄이 묶여 움직임을 제한받는다.
소싸움 경기에 들어가기 전 대기하는 계류장에서 소는 코뚜레에 밧줄이 묶여 움직임을 제한받는다.

허은주 수의사는 정읍 소싸움축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허 수의사는 이날 소가 싸우기 전에 머무르는 계류장에서 코뚜레에 밧줄을 묶어 소의 움직임을 제한한 사진을 공개했다.

계류장은 소들의 분뇨로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자행되는 잔인한 훈련과정, 경기장으로의 운송과정 역시 동물학대를 야기한다. 싸우는 과정에서 피로 물든 소들의 사진은 결코 아름다운 축제의 모습은 아니다.

‘동.축.반.축’은 동물축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만연한 동물축제에서 반드시 시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수산물 축제는 반드시 산란기를 피해 시기 선정 △맨손 잡기, 소싸움, 가축몰이 등의 프로그램 폐지 △야생동물을 단순 먹거리로 여기는 축제는 생태축제 이름 사용 금지 △산천어 축제의 경우 낚시 참여 인원수 대폭 제한 및 근본 대책 마련 △외래종 또는 타 지방 동물을 공수하여 진행되는 축제의 경우 생태계 악영향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벽화를 드로잉한 시셰퍼드코리아 김한민 활동가. '고래 축제' 주인공인 고래가 철저히 외면 받고 이용당하는 현실에 대한 메세지가 담겼다.
벽화를 드로잉한 시셰퍼드코리아 김한민 활동가. '고래 축제' 주인공인 고래가 철저히 외면 받고 이용당하는 현실에 대한 메세지가 담겼다.

이날 토론회는 약 1시간 반 가량 이어졌으며 벽화 전시도 진행됐다. 축제 기획단인 시셰퍼드코리아 김한민 활동가는 작은 밍크고래 실제 사이즈에 맞게 직접 벽화를 그렸다. 김 활동가는 “변화를 만들어보자”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동.축.반.축’은 다음 달 7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피아노 숲에서 ‘제1회 동물축제 반대축제’를 연다. 김 사무국장은 행사 날짜가 7일인 이유에 대해 "같은 날 울산에서 열리는 '고래축제’와의 맞불작전"이라면서 "동물의 불행을 이용하는 축제에 갈 것인지 아니면 동물을 살리는 축제에 갈 것인지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물축제 반대축제'에서는 △동물 코스튬 플레이&빅게임 △‘사마귀 극단’ 연극 △허클베리핀·데카당·헤일의 공연 △동물축제를 다양한 각도로 살펴본 연사 7인의 7분 토크 △동물을 이용하지 않은 비건푸드 판매 등이 예정돼 있다. 축제는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참가비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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