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간 제주남방큰돌고래 '복순이'가 엄마 됐대요"
"고향 간 제주남방큰돌고래 '복순이'가 엄마 됐대요"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8.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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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방류 3년만에 제주 대정 앞바다서 새끼와 유영하는 모습 목격돼 
7월말~8월초 사이… 야생방류 돌고래 중 삼팔이·춘삼이 이어 세번째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와 새끼.(사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제공)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와 새끼.(사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제공)

 

삼팔이와 춘삼이에 이어 복순이(20세 추정)도 엄마가 됐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지배를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다. 

24일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에 따르면 지난 20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복순이가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새끼의 몸통에는 ‘배냇 주름’(fetal folds)이 선명했다. 배냇 주름은 새끼 돌고래 특유의 몸통 줄무늬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측은 "사진분석을 통해 지난 8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총 5회(8/7, 8/8. 8/9, 8/10, 8/20)의 관찰에서 복순이가 매번 어린 새끼와 함께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복순이의 새끼는 배냇주름(fetal folds, 갓 태어난 새끼의 몸통에 나타나는 줄무늬 형태의 자국)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시기에는 새끼가 어미가 아닌 다른 개체와 어미-새끼 유영 자세(mother-calf position)를 나타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4월 삼팔이(16세 추정)와 같은 해 8월 춘삼이(18세 추정)의 출산에 이어 복순이가 세번째로 출산 소식을 전한 것이다. 복순이는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새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에서 쇼에 동원된 돌고래가 방류된 뒤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전 세계적으로 삼팔이와 춘삼이, 복순이 외에 아직까지 보고된 사례가 없다.

엄마의 몸이 된 복순이는 많은 사연을 가진 돌고래다. 복순이는 2009년 제주 앞바다에서 포획돼 돌고래 쇼에 동원되었다가 2015년 7월 제주 앞 바다에 방사됐다. 또 다른 남방큰돌고래 '태산이'도 함께였다.

사실 복순이의 출산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6월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쇼를 할 때 새끼 한 마리를 낳은 적 있지만, 출산 당일 새끼가 죽고 말았다. 또 2015년 7월 야생방사 직전 제주 바다 가두리에서도 복순이는 새끼를 낳았지만 곧바로 죽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서 2번의 경우와 달리 자유롭게 바다를 유영하며 지내고 있는 복순이는 마침내 새끼 출산에 성공해 함께 지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2009년 불법포획돼 제주 퍼시픽랜드로 옮겨진 복순이는 당시 태산이와 함께 끝내 길들임을 거부해 작은 수조에 따로 격리됐다. 함께 붙잡힌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는 돌고래쇼에 투입됐다. 

그러던 중 동물 맞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제주 공연업체가 남방큰돌고래들을 불법포획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많은 이들이 시민운동을 전개하며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학자,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서울대공원 관계자들로 구성된 '제돌이 야생방류 시민위원회'가 결성되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돌이의 방류를 준비했다. 

 

복순이와 새끼가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들과 함께 헤엄치고 있다.
복순이와 새끼가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들과 함께 헤엄치고 있다.(사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제공)

 

또한 당시 제주 공연업체의 불법 행위는 재판으로 이어져 복순이와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도 국가에 몰수됐다.

비교적 건강했던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는 성산항에 마련된 가두리로 보내졌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태산이와 복순이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가두리에서 적응훈련을 받던 중 2013년 6월 22일 찢어진 그물 사이로 먼저 빠져나간 삼팔이를 제외한 제돌이와 춘삼이는 한달 뒤인 7월 18일 제주 김녕 앞바다에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우려했던 복순이도 태산이와 함께 2015년 7월 6일 제주 함덕 앞바다에서 친구들의 뒤를 따랐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관계자는 "복순이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하던 기간에 선박이 무리에 매우 가까이 접근한 채 돌고래 무리를 따라다니는 것을 몇 번 목격했는데, 해양레포츠를 즐기다가 혹은 배를 타고 있을 때 남방큰돌고래를 만난다면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서 "가장 먼저 야생 개체군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와 어미들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이 거리가 중요하다. 최소한 50미터 이상 떨어져 엔진을 끄고 진행방향이 아닌 무리의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한다.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는 것은 돌고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야생 돌고래에게 위협을 줄이기 위해 돌고래관광 목적의 보트나 선박의 프로펠러에는 보호망을 씌어 피해를 최소화 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어미가 새끼를 양육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며 또한 장기적으로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 아직까지 고향으로 못 돌아간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퍼시픽랜드 비봉(24세 추정)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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