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파기환송 이유는?
대법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파기환송 이유는?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9.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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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고려 사항 등 제시
"잔인한 방법, 사회통념·동물 고통정도 등 고려돼야"
박주연 PNR 대표 "개별 동물 특성 고려대상 바람직"
대법원 전경.(자료사진)
대법원 전경.(자료사진)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이용해 개를 도살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잔인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3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농장 주인 이모(6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씨의 행위가 '동물학대'에 해당하는 범죄임에도 원심에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으니 다시 재판하라는 의미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자신의 농장에서 사육한 개를 잔인한 방법으로 도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 감전시켜 기절시킨 뒤 도축하는 전살법(電殺法)으로 연간 30마리를 도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의 행위가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1호가 금지하고 있는 '동물을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씨를 기소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현재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이씨의 경우는 동물보호법 개정 이전 행위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하지만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이날 선고공판에서 "원심은 이 사건 도살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다"면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조항의 잔인한 방법의 판단기준, 구 동물보호법 제46도 제1항의 구성요건 해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에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는 지난해 열린 선고공판에서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1호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대한 예시로 목을 매다는 행위를 들고 있을뿐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은데, 여기서 '잔인'의 개념은 추상적이고 가치평가가 필요한 것이어서 그 해석에 법률적용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며 "특히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어느 정도의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잔인'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할 경우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우려가 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상주)도 지난해 9월 28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동물보호법은 소유자가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면서 "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은 '목을 매다는 등의 방식만큼의 고통 유발'이 확인되어야 하나 개를 전기로 도살하는 것이 그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가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보호, 안정보장 및 복지증진을 꾀함과 아울러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특정 도살방법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되는 도구, 행위 혙애 및 그로 인한 사체의 외관 등을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도살방법 자체가 사회통념상 객관적, 규범적으로 잔인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일한 도살방법이라도 도살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 등은 동물별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동일한 물질, 도구 등을 이용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이용방법, 행위 태양을 달리한다면 이와 마찬가지"라면서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도살방법이 관련 법령에서 일반적인 동물의 도살방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거나 도살에 이용한 물질, 도구 등이 관련 법령에서 정한 것과 동일 또는 유사하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다른 동물에게도 그 특성에 적합한 도살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동물권연구단체 피엔알(PNR) 공동대표인 박주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잔인한 방법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여 주고 있고, 잔인한 방법을 법원이 판단할 때 충분히 심리, 고려하여야 할 사항들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잔인한 방법은 원심처럼 극히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 동물별 특성에 따라 해당 동물에게 주는 고통의 정도, 지속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하여, '개별 동물의 특성과 고통의 정도'를 고려대상으로 삼은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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