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불법포경국' 한국, 전세계 포경에 대한 애매한 입장
'세계 유일 불법포경국' 한국, 전세계 포경에 대한 애매한 입장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9.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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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WC총회서 상업적 포경 재개 '기권'·남대서양 고래보호구역 지정 '반대'
핫핑크돌핀스 "밍크고래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고래고기 유통 전면 금지해야"
국제 환경단체 회원들이 국제포경위원회(IWC) 67차 총회가 열린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상업적 포경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회주의적 입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는 17일 최근 막을 내린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67차 총회가 끝났다. 이번 IWC 총회에서 관심은 단연 일본이 제출한 상업포경 재개안에 쏠렸다. 의장국 지위를 이용한 일본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돈벌이 목적의 고래잡이 부활을 노렸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일본의 제안에 찬성했지만 호주,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IWC의 의결 요건을 4분의 3 이상 찬성에서 과반수 동의로 바꾸자는 일본의 제안 역시 부결됐다.

현대에 들어 포경선단과 작살포 등이 동원되면서 전세계 바다에서 대형 고래류가 급격하게 줄자 국제사회는 1946년에 국제포경규제협약을 체결하고 국제포경위원회를 구성해 고래 포획량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처에도 불구하고 고래 남획이 계속 되고 대부분의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IWC는 1982년 상업적인 포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1986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과학적 조사’라는 명목을 내세워 고래를 대량 포획해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았다. 호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일본을 제소했고, ICJ는 2014년 일본에 일본 선박들의 고래잡이가 과학적 조사 목적이 아니라며 포경허가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이번 IWC 총회에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가한 해양수산부 대표단은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 한국과 함께 기권표를 던진 나라는 러시아뿐이다.

이번 IWC 총회에서 논쟁이 된 사안은 이 뿐만이 아니다. 남대서양 고래보호구역 지정과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 채택건이 있었다. 

남대서양 고래보호구역(South Atlantic Whale Sanctuary) 지정은 국제포경위원회에서 지난 몇 년간 가장 주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적도 아래부터 남극해에 이르는 남대서양 해역은 멸종위기종인 보리고래와 참고래의 주요 서식처이지만 만연한 고래 포획 때문에 대형 고래들의 개체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에 브라질과 우루과이, 가봉 등 대서양 연안 국가들이 상업 포경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 지역 전체를 고래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이 안건은 또 다시 부결됐다. 찬성 39개국, 반대 25개국, 기권 3개국으로 찬성이 절반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이 남대서양 고래보호구역 지정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제 환경단체 회원들이 국제포경위원회(IWC) 67차 총회가 열린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국제 환경단체 회원들이 국제포경위원회(IWC) 67차 총회가 열린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이번 IWC 총회에서 한국 정부의 포경에 대한 애매한 입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나마 이번 IWC 총회 성과로는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 채택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선언은 상징적 선언이지만 고래를 영구히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래 개체수가 회복될 때까지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포경을 무기한 유예하기로 한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21세기 IWC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과학조사 목적의 포경에서도 살상을 해서는 안 되고, 비살상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할 것을 결의한 것도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에 포함됐다. 

그런데 이 선언은 일본을 비롯한 참가국들의 반대가 심해 총회 전 채택에 난항이 예상됐었다. 논란 끝에 부쳐진 표결에서 찬성 40개국, 반대 27개국, 기권 4개국으로 찬성이 간신히 과반수를 넘겨 채택됐다. 

한국은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 채택에 ‘반대표’를 던지고, 또 다른 이슈였던 원주민의 생존포경 안건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에 대해 "이런 행보만 보더라도 국제포경위원회의 상업 포경 중단 결정을 존중하며 잘 지키고 있다는 한국의 입장이 얼마나 공허한 수사에 불과한지 잘 드러난다"며 "이쯤 되면 한국 시민으로서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에 부끄러움을 감추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국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최근 국제포경위원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17년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불법포경국으로 드러났다.

국제포경위원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1380마리의 대형 고래류가 포획되었고, 일본이 과학포경으로 596마리를 잡았다. 또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상업포경으로 각각 432마리와 17마리를 잡았으며, 캐나다, 덴마크 그린란드, 미국 알라스카, 러시아 추코트카 등지에서 원주민들이 생존포경으로 333마리를 잡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불법포획(poaching)으로 밍크고래 두 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고됐다. 

핫핑크돌핀스는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국은 불법 포경을 엄격하게 단속하기는커녕 울산 검사가 여러 정황상 불법 포획이 뻔해 보이는 고래고기 장물 21톤을 포경업자들에게 환부해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게 하고도 아무런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수차례 포경 전과가 있는 업자들에게도 단순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이들이 풀려나자마자 다시 바다의 로또를 노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매년 2000마리에 이르는 고래류가 우연히 그물에 걸린 혼획으로 죽어 가는데도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유 역시 사법기관부터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공무원들 그리고 고래고기를 즐기는 일부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불법을 뿌리뽑아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지금 한국은 고래를 보호하느냐 아니면 포경을 찬성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앞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부는 한국 해역에 유일하게 남은 대형 고래인 밍크고래를 지금이라도 즉시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불법포획을 불러오는 고래고기의 유통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폐막한 국제포경위원회(IWC) 67차 총회에서 한국은 일본이 제안한 '상업적 포경 재개안'에 투표에서 기권을 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폐막한 국제포경위원회(IWC) 67차 총회에서 한국은 일본이 제안한 '상업적 포경 재개안'에 투표에서 기권을 했고, 남대서양 고래보호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졌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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