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마리 고양이 버려둔 채 사라진 '애니멀호더'
21마리 고양이 버려둔 채 사라진 '애니멀호더'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9.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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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사랑해, 인천서 고양이들 구조 중성화수술 진행
임보·입양자 찾아…수술비·치료비 마련위한 모금 진행중
애니멀호더가 유기한 고양이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30일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동에 위치한 원룸촌. 원룸 입구에 들어서자 악취가 진동했다.

이곳은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이 지난주 수십마리 고양이들이 방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은 곳이다.

건물주에 따르면 그동안 이곳에서 나는 악취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는데 이곳 세입자는 최근 자취를 감춰버렸다. 결국 경찰 입회 하에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작은 원룸에는 분변과 쓰레기로 가득찼고, 그 곳에 고양이들만 남겨져 있었다.

장롱 안, 서랍 속, 세탁기 뒤, 냉장고 뒤에서 겁에 질린 채 웅크린 고양이들은 무분별한 번식으로 인해 늘어난 '애니멀호딩(반려동물 대량 사육)'의 참혹한 결과였다. 애니멀호더가 떠난 좁은 원룸 안에서 고양이들은 악취와 오물 속에 방치돼 있었다. 

버려진 고양이들은 성묘부터 6개월령 미만의 새끼들까지 모두 21마리였다. 모두 중성화수술이 안 된 상태로 자체번식까지 이뤄졌다.

나비야사랑해는 이날 21마리 모두 중성화수술과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구조된 고양이들을 위해 로얄캐닌코리아(대표 박성준)는 사료를 후원했다.  

중성화수술을 마친 고양이들은 대체로 건강상태도 양호하지만 문제는 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세입자가 사라진 원룸을 조만간 비워줘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나비야사랑해 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로 21마리의 고양이들을 추가로 수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유주연 이사장은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빈 방에 버려져 속절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버텨온 아이들에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면서 "주인에게 버려진 아이들이지만 아주 예쁘고 온순하다. 고양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좋은 입양자들이 하루빨리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비야사랑해는 고양이들의 안전한 임보처와 입양자를 찾고 있다. 또 애니멀호더가 유기한 20마리 고양이들의 수술비 및 치료비 마련을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서 모금을 진행중이다.

한편, 관리가 어려운 수준으로 과도하게 많은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애니멀호더는 동물학대로 처벌된다.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비정상적인 애니멀호딩도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있다. 동물을 학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피학대 동물은 구조·보호조치가 가능하다. 

 

애니멀호더가 유기한 고양이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30일 중성화수술을 마친 고양이들.
30일 중성화수술을 마친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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