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에 등장한 '돼지의 권리'
대학 축제에 등장한 '돼지의 권리'
  • 조소영 활동가
  • 승인 2018.10.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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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채식·동물권 동아리 ‘솔찬’, 학내 비건식 요구부터 영화 ‘옥자’ 상영까지

“점점 다양해지는 육류요리와 늘어나는 고기 소비량. 그 이면에 숨겨진 농장동물들의 고통은 외면해도 괜찮은 걸까요?”

공장식 축산의 실태와 동물권을 알리기 위해 대학생들이 교내 축제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제3회 라이트라이트페스티벌(Right Light Festival·이하 ‘라라페’)이 열린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채식·동물권 동아리 ‘솔찬’이 ‘육식주의 담론 파헤치기’를 주제로 축제에 참가했다.

‘라라페’는 다양한 범주의 인권에 대해서 고민하는 인권문화축제로, 2016년에 처음으로 개최되어 올해 3회째를 맞았다. 올해 행사에는 동물권 외에도 난민, 성 소수자, 여성, 노인 등 다양한 인권을 주제로 활동하는 동아리들이 참여했다.

‘솔찬’은 △학교 내·외 비건지도 배포 △동물권 OX 퀴즈 △학내 비건식 요구서명 △동물원 폐지서명 등으로 부스를 꾸몄다.

솔찬이 이날 배포한 '학교 내·외 비건지도'는 동물성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판매하는 신촌, 이대역 인근 식당들을 안내했다. 채수를 사용하는 즉석떡볶이, 버섯샌드위치, 들깨순두부 등의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 22곳이 한 눈에 정리돼, 그야말로 '비건들의 보물지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솔찬은 교내식당 중 생활관식당과 교직원식당의 반찬 일부만이 비건 음식인것에 대해 지적하며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메뉴를 교내식당에서 상시적으로 판매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학교측이 교내 행사시 제공하는 간식에 항상 비건 음식이 포함 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축제에 걸맞게 영화도 상영됐다. 작년 여름 개봉해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전 세계에 폭로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보고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토론 참석자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만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영화 속 배경인 도살장에서 스페인어를 쓰는 노동자들을 언급하며 미국 도살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돼 있는 것과 도살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공포가 인권을 헤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또한 아무런 대가 없이 옥자를 구해낸 것이 아니라, 돈과 물질을 상징하는 ‘금돼지’를 옥자와 맞바꾼 장면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누군가에게는 반려동물인 옥자이지만 결국 축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옥자를 ‘상품’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했다"는 감상평이 이어졌다.  

솔찬 회장을 맞고 있는 경림(철학과, 4학년)씨는 “라라페를 통해 농장동물이 필연적으로 고통 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공장식 축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알리고자 육식문화와 관련한 주제를 선정했다”면서 “국내에서 연간 수억 마리의 농장동물들이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살되는 등 농장동물이 겪는 고통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막한 라라페 행사는 2일과 4일에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인근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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