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활동가들, 갤러리에서 '기습시위'
동물권 활동가들, 갤러리에서 '기습시위'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9.0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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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화백 '소멸'展 열리고 있는 갤러리현대서
"닭 말뚝에 묶어두고 방치… 동물학대 중단하라"
동물권 활동가들이 이강소 화백의 작품을 둘러싸고 있다.(사진 동물권단체 무브 제공)
동물권 활동가들이 이강소 화백의 작품을 둘러싸고 있다.(사진 동물권단체 무브 제공)

 

동물권 활동가들이 한국 미술계 원로거장의 작품을 "동물학대 행위"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동물권단체 무브(move) 활동가 등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날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인 이유는 지난달 24일부터 전시되고 있는 추상미술의 대가 이강소(75) 화백의 '소멸'展 때문이다.

전시회 작품 가운데 '무제 75031'은 전시장 바닥 말뚝에 묶어둔 닭이 밀가루 위에 발자국을 찍는 과정과 그 결과를 전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 화백의 43년 전 작품을 재연한 것이다.

이 화백은 1975년 제9회 파리청년비엔날레에 참가해 이 퍼포먼스로 유럽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작품에 대해 활동가들은 "전시장에 닭을 오랜시간 묶어두고 방치하는 행위는 동물학대"라며 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활동가는 "닭이 묶여 있어야 했던 환경은 석회가루 범벅이 되었으며, 묶인 닭은 깨끗한 물과 먹이를 제공받지 못하는 듯 보였다"며 이 화백의 퍼포먼스를 "닭의 생태적인 조건을 배려하지 않은 동물학대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살아 있는 동물을 43년간 착취하며 수차례 닭 퍼포먼스를 반복했던 이강소 화백의 행태를 비판함으로써 이 같은 학대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요구하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다"면서 "이를 통해 예술이라는 명목 하에 학대받고 죽어가는 비인간동물들의 현실이 조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물권단체 무브는 "이강소 화백의 닭 퍼포먼스에 대해 지속적인 동물학대 논란이 있었음에도 전시를 추진한 갤러리 현대의 생명윤리 의식수준이 실망스럽다"며 "또한 이강소 화백은 본인보다 약한 동물을 학대하지 않으면 원하고자하는 바를 표현하지 못하냐"고 비판했다.

갤러리 안에서 시작된 이날 시위는 갤러리 밖에서도 이어졌으나 경찰의 제지로 종료됐다. 이 화백의 전시회는 오는 10월 14일까지 열린다.

동물권 활동가들은 오는 12일 오후 1시 갤러리 현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1970년대 다양한 퍼포먼스와 실험적인 작업들을 거친 뒤 평면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해왔다. 1980년대 후반 평면 회화에 몰두한 그는 캔버스를 헤엄치는 오리를 즐겨 그려 일명 '오리 작가'로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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