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발버둥은 동물학대일 뿐, 예술이 될 수 없어”
“닭의 발버둥은 동물학대일 뿐, 예술이 될 수 없어”
  • 조소영 활동가
  • 승인 2018.09.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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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무브, 이강소 화백 닭 퍼포먼스 규탄
동물권단체 무브가 12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이강소 화백의 동물학대 작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물권단체 무브가 12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이강소 화백의 동물학대 작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물권단체 무브(MOVE)가 12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강소 화백의 전시회 ‘소멸’을 비판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8일에는 갤러리 현대 내부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며 동물학대 전시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갤러리 현대는 지난 달 24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이강소(75) 화백의 소멸展을 전시 중이다. 작품 중 ‘무제 75031’은 이 화백의 43년 전 작품을 재현한 것으로 닭이 남긴 발자국을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전시를 위해 닭을 3일 동안 갤러리 안에 방치한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로 닭이 머물렀던 갤러리 내부는 단단한 타일바닥이었으며, 닭의 발을 묶은 기둥과 밥그릇이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시에 동원된 닭은 인근 유치원에서 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닭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공간에 3일간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무브는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이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닭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동물학대 행위이며 예술을 변명으로 약자인 동물에게 가해온 폭력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비윤리적인 작품을 전시하고 오히려 이 화백에게 퍼포먼스용 닭을 제공하는 등 동물학대에 일조한 갤러리 현대 역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무브 향기(활동명) 활동가는 “예술작품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고 학대하는 행위는 비단 이 화백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브는 지속적으로 살아있는 동물을 전시 도구로 이용해 온 예술계와 사회에 비판의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갤러리 현대 측은 ‘닭의 움직임을 통해 제한된 억압과 자유를 표현한 것일 뿐, 동물학대는 없었다’는 의견을 무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브는 “닭의 발목에 줄을 묶어 전시에 이용한 것 자체가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무브는 “이 화백은 43년 전 낡은 생명윤리를 아무런 발전 없이 이어오고 있다. 이 작품의 본질은 이 화백이 주장하는 것처럼 억압과 자유가 아닌, 다리에서 줄을 끊어내기 위한 닭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갤러리 현대 2층에서 전시되는 이 작품은 억압과 자유를 주제로 석회가루를 발에 묻힌 닭이 줄에 묶인 채 남긴 발자국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닭은 전시가 시작되기 전 3일간 이 곳에서 생활한 뒤 인근 유치원으로 다시 돌려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 현대 2층에서 전시되는 '무제 75031'은 억압과 자유를 주제로 밀가루를 발에 묻힌 닭이 줄에 묶인 채 남긴 발자국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닭은 전시가 시작되기 전 3일간 이 곳에서 생활한 뒤 인근 유치원으로 다시 돌려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닭이 발자국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사진으로 전시되고 있다.
실제로 닭이 발자국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사진으로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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